"美가 만든 기술 모방만… 한국 R&D엔 R 없고 D만 있다" - 한국 와 보니 D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공부한 한국 교수와 학생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그들을 연구에 전념할 수 없게끔 하는 한국의 문화다.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미국에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학문과 기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지 않고 미국이 이미 시작한 기술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하지 않는 걸 해보겠다고 하면 ‘그런 걸 해서 뭐 하느냐’는 답부터 돌아온다. 아니, 미국에서 하는 걸 따라 하면 무슨 신기술 개발이 되나. 한국은 R&D에서 R(연구)은 안 하고 D(개발)만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R(Research·연구)’은 원천 기술과 기초 과학에 관한 탐구, ‘D(Development·개발)’는 기존 기술을 잘 활용해 단기간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하는 일의 50% 이상은 연구비를 따내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발주한 연구 과제에 많이 선정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연구 과제를 평가할 때 ‘정성 평가’가 아닌 ‘정량 평가’를 한다. 평가 항목 중 정량 평가는 대부분 이전 연구 결과와 비교해서 측정한다. 그 기준을 못 맞추면 돈을 물어내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테스트하는 연구라면, 그걸 도대체 어떻게 정량 평가를 한다는 것인가.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시스템이다. 연구 과제를 위한 제안서도 한국에선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을 요구한다. 대기업 같은 곳에 연구하겠다고 프러포즈(제안서)를 쓸 때는 10장 이내면 충분하다. 최근 한국 정부에 낼 때는 400장을 냈다. 다 읽지도 못하는 걸 내라는 건데 이게 얼마나 시간 낭비냐. 그 시간에 연구를 더 하는 게 낫다.”

한국와서 제가 느낀 것들인데, 워낙 실력 없이 교수되어 있는 사기꾼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A급 인재를 사회가 길러내고, 선택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갖춰져 있질 않습니다.

일단 암기형 인재를 길려내고, 채용 절차는 교육부가 정한 황당한 '정량 평가’를 따라가고, 그렇게 뽑아놓으니 사회적 신뢰가 떨어져서 위의 지적과 같은 상황을 피하기가 어렵겠더라구요.

제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 연구 역량 있는 사람이 아쉽지만 연구 인생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자기 눈으로 알짜 인재를 뽑고, 그들을 믿으니 당연히 관료제의 복잡한 시스템을 싹 제거하고, 연구에만 집중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정부가 얼마나 후진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수십 년에 걸쳐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는 겁니다.

한국 와 보니 R과 D 중 R만 없는 게 아니라, D도 수준이 너무 낮아요. Library를 만들지는 못해도 고치는 수준은 되어야 할텐데, 워낙 교육이 안 되니 매뉴얼에서 갖다 붙이라는대로 해서 안 돌아가면 욕 하고 다른 Library나 찾습니다. D만 해도 기술직인데, 한국 시장은 기술직이 아니라 기능직 위주로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