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I 동료 중 하나가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채용하냐고 묻길래, 윗 기사의 영문 버전을 던져줬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아래의 질문이 먼저 나오더라구요.
TOPIK?
삼성그룹 주식 하나 없지만 삼성그룹의 운명이 한국의 운명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언제나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은 있습니다만, 저런 채용 공고는 삼성 그룹을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거꾸로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샘플 자료가 될 겁니다.
지난 출장 중에 스위스의 혼다 지사에 일했던 프랑스계 스위스 분과 식사 중에 나온 이야기인데, 혼다 본사에서 4륜으로 신차를 출시한다길래 매출액 예상치를 뽑아 줬다가, 돈 많이 든다고 2륜으로 바꾼다는 이야길 듣고 매출액 예상치를 1/3로 낮춰서 보냈더니 "너네 팀 다 나갈 준비해라"고 그랬답니다. 스위스 팀에서는 이것도 희망적으로 잡은거고, 더 안 팔릴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는 취리히를 비롯한 일부 도시를 빼면 대부분 산악 지형이다, 2륜 차는 팔기 어렵다고 아무리 이야길 해도 듣질 않더래요.
결국 출시하고 1/3도 아니고 1/5도 안 팔리고는 사업을 접었고, 유럽 전체 중에 프랑스 남부의 평야 지역에서만 원래 기대치에 근접한 매출액이 나왔답니다.
그 사건을 해석하면서
Japanese buy a car because it is Honda, it’s the country’s pride, I can understand that, but we pay only if Honda is better than Germans… and Hyundai
라고 하더군요. (마지막 2 단어는 제가 불쌍해서 붙여준 것 같죠? ㅠㅠ)
삼성도 한국에서 채용을 할 땐 한국인들이 삼성이니까 지원하는 걸로 얻는 이득이 클 겁니다.
그런데, 한국계 제외한 해외 인재들이 굳이 삼성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R&D 인재라면 연구할 수 있는 지원이 빵빵하고, 내 연구 결과물을 제대로 쓰고, 그래서 연구 인력으로 내가 명성을 얻고, 급여 많이 주고… 같은 조건을 갖춰야 되지 않을까요?
한국계 아닌데 TOPIK 3급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이, 그것도 K-POP 업계도 아니고 삼성 그룹 같은 테크 전문 기업 집단의 R&D 팀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실제 삼성 그룹 내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돌아서 저런 채용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임원 자제 분의 특별 채용을 위해 만들어진 예외적인 채용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은 그런 조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팩트와 한국 기업 직원들의 사고 방식을 감안하면, 아마 이렇게 돌아갔을 겁니다.
- 임원: 저희 R&D 역량이 심각하게 밀려서 이제 중국한테도 뒤쳐진다는 소리까지 나오는데, 한국 대학들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로 뽑는 애들도 요새 수능 4~5등급 수준인 애들까지 들어오는 판국이니까, 아예 해외에서 R&D 인재를 뽑으면 쉽게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랑 쉽게 동급이 되지 않을까요?
- 다른 임원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우리 삼성 그룹도 이제 글로벌 기업인데, 글로벌 인재를 뽑아야죠
- 그룹 인사 총괄 임원: 그럼 저희 쪽에서 준비하겠습니다
- 인사팀장: 올 상반기에는 해외 채용 중에 R&D도 포함시킨다고 하네. 과거에 해외에서 채용할 때 쓴 공고 내용 템플릿 이용해서 R&D와 2025년으로 바꿔서 보고서 만들어 봐봐
- 인사팀원(A급 인재): 어떤 R&D 역량 원하는지 상세하게 들으신 거 있습니까? 어떤 팀에 배정되는지는요? 언어가 문제가 될텐데요?
- 인사팀원들: XXX 님은 항상 이상한 질문 하신다니까
- 인사팀장: 그냥 직군 R&D로, 2025년 상반기로 바꿔서 보고서 올려. 어차피 그룹사들 R&D 쪽에서 필요하다는 대로 스펙 맞춰서 보내주면 되는거지, 우리가 그 쪽 사정을 어떻게 알어? 그리고, 한국어 못 하는데 삼성을 어떻게 들어와? - 근데, 보고서에 볼드(Bold)도 좀 집어넣고, 좀 예쁘게 만들면 안 되나? 이걸로 임원 보고 어떻게 들어가라고? 초등학생도 알아보게 만들어 봐
- 인사팀 임원: Y 팀장, 그리고, 이번에 X명 뽑는다고 하니까, 예산 배정되는거 재무 팀이랑 맞춰보고, 연수원도 미리 말해 놓고, 홍보팀에 이야기해서 언론 기사도 뿌리고, 이번엔 해외 채용이니까 영어로도 기사 나가도록 영자지 운영하는 언론사들 위주로 돌려, JY 보시기에 문제 없도록 해 놔.
저 A급 인재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삼성이니까, 그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가 2010년에 본 삼성 그룹 전체의 영어 실력 기준이 15년 사이에 얼마나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TOEFL 112점 이상, Speaking 26점 이상으로 구성된 팀을 해외 홍보팀도 아니고 R&D 쪽에 갖고 있기는 어려울 겁니다. 거기다 삼성은 최종 임원 면접도 봐야 되는데, 임원 중에 지원자들이랑 영어로 문제 없이 의사소통이 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국내 대학에 외국인 교수 뽑으면 교육부에서 지원금을 더 준다고 하니까 스펙이 좀 많이 부족한 교포들이 우르르 교수로 갔던게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