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이유? 규제? 투자? 인재? 진짜 이유는 수익성

우리 회사가 해외에 진출(?)해서 운영하는 사업 중에 'SIAI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스위스AI대학)'이라는 기관이 있다. 스위스에 법인을 만들고, 그 법인이 대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인가를 스위스 기관에서 받았다. 설립 시점부터 도와주던 유럽 친구들과 이번에 GIAI (Global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공동 법인을 만들어서 SIAI의 소유권을 GIAI로 넘긴 다음, 한국 법인 명칭도 GIAI Korea로 변경했다.

회사 명칭 변경을 지난해 여름에 공지했었는데, 이제서야 알려졌는지 위의 이야기가 또 이상하게 왜곡되어서 돌아다니던데, 보고 받은 내용 중에는 우리 회사 이야기를 한국 스타트업들이 한국의 각종 문제로 해외로 탈출한다는 식으로 풀어놓은 것도 있었다. 국내 인터넷 여론에 살짝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탓인지 여기저기 말이 돌았나본데, 메이저 언론사 한 곳에서 이런 기사가 났더라.

위의 기사를 읽어보면, ①규제가 심하고, ②투자 받기가 힘들고, 한국에서 ③인재 구하기도 힘들다는 표현이 있다.

우선 내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 대학교를 만들려고, 최소한 만드시는 분이나 인수하시는 분, 현재 운영 중이신 분들과 적당히라도 타협해서 AI/Data Science 전공을 운영해볼려고 하다가 서울 시내 모 대학 컴공과 교수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근본 없는 XXX 물러가라~'는 팔뚝질 구호를 외친 사건 때문에 한국에서 대학 운영을 포기하신 한 대기업 총수 분의 좌절을 영혼이 이탈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결국 나는 해외로 고개를 돌려서 대학을 설립했다.

가짜 대학이라거나, 심지어 대학이 아니라 학원이라는 모멸적인 커뮤니티 댓글들을 보기도 했지만, 스위스 법을 따르고 있고, 글로벌 유명 대학들이 성장하는 트랙을 하나씩 밟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한국은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주요 법령 때문에 수도권에 온라인 대학으로 설립하려고 해도 최소한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교육부의 온갖 간섭을 받아야 하는 것에 비하면 자유도는 굉장히 높다.

즉, '①규제가 심하고' 부분에 해당하는 사례다.

그 외에 '②투자 받기가 힘들고' 부분도 2020년 여름까지 2년 남짓 한국에서 시도하다가 좌절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반박하기 어렵다. 아무리 내가 AI/Data Science 전문가 임을 블로그 운영, 교육 운영, 기업 특강 같은 걸로 설명해줘도 VC들이 내 말 귀를 전혀 알아먹질 못해서 답답한 일이 너무 많았다. 아무 것도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아는 체 하면서 AI투자 전문가라고 거짓 포장을 하느냐고 맹비난을 하기도 했고, 그들이 투자한 'AI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조잡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지 샅샅이 뒤져 밝힌 적도 있다. 결국 가짜 기술자들이라 다들 사업이 망했는데, 그러고 나니 그제서야 내 말을 듣지 않고 이상한 곳에 투자했다면서 사과하는 메일을 보낸 VC들도 몇몇 있었다.

'한국에서 ③인재 구하기도 힘들다'는 표현도 사실이었다. 당장 내가 SIAI에서 AI MBA라는 이름의 학위로 가르치는 영미권, 유럽권 대학 학부 2~3학년 수준의 지식도 모르는..... 수준을 넘어 설명해줘도 따라오지도 못하는 수준이면서 국내 빅테크 회사들의 'AI엔지니어'가 된 경우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AI/Data Science가 아니라 경제학이라며 'AI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라는 비난을 하는 커뮤니티 댓글(딥시크(DeepSeek)가 되살린 계산 비용 절감 패러다임 | GIAI Korea)들이 국내 주요 명문대 연구실 IP를 달고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한국의 기업들이나 대학들이 어떤 수준의 인재를 데리고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우리 회사에서 3년 반 이상을 다닌 한 개발자가 그러더라. "대표님 사업은 투자금이 없어서 못 하는게 아니라 말 귀 알아 듣는 인재가 없어서 한국에서 못 하는 사업"이라고.

규제, 투자금, 인재 - 보다 더 큰 문제

위의 3가지 지적이 모두 맞다는 경험치가 쌓였지만, 사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저 기사에 언급이 안 되어 있더라.

가장 큰 문제는, '매출액을 만들어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위의 기사에 언급된 스타트업은 이런저런 기술적인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성공하기만 했다면 한국 건설업계에 큰 혁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곳이었다. 난 저 스타트업이 꼭 성공하기를 원했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성공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우선, 저 분들은 ①규제 밖의 영역에 있었고, ②투자금이 몰렸고, ③인재도 뽑을 수 있을만큼 기술적으로 복잡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분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는

  • 대기업들이 저 분들의 상품을 돈 내고 쓸려고 하질 않을 것이고
  • 개인들은 저 분들의 상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말을 바꾸면, B2B에서 수익성을 내기 어렵고, B2C는 상품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집을 짓는 경우도 드물고, 짓는다고 해도 건축개발·설계하시는 분들이 직접 종이와 스펀지로 모형을 만들지, 3D 서비스를 쓸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부모님 고향 집을 지어드리면서 알게 됐고, 아파트 모델하우스들을 돌아다니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 청약 흥행 몰이에 3D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이 없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줄서기를 시켜 흥행을 이끌어내는 전략에 동원되는 분들은 3D 가상 공간을 소비할 능력이 없는 분들이고, 어쩌다 만들어 놨다고 해도 정작 모델 하우스 내부에 고급 기자재로 만들어진 아파트 내부 예시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발 길을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나라 건설 대기업들이 저런 서비스들을 외주 1건당 정해진 금액으로 발주를 낼 텐데, 고만고만한 아파트 구조를 엄청나게 뜯어고치지도 않는데 굳이 많은 돈을 낼려고 할까는 의문도 있었다.

저 분들은 결국 한국에서 연 매출액 10억원을 내기도 빠듯해 하다가 개인이 집을 매우 많이 짓는 일본 시장 진출을 했었는데, 거기서라도 잘 됐으면 좋겠지만 결국 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스타트업의 지상 과제는 투자 유치가 아니라 매출액 창출

내가 스위스에 대학을 설립하는 걸 고민하던 무렵에 봤던 것은 크게 2가지다.

  • 스위스 각 주들의 대학 관련 법령
  • 외국인 학생들의 인식

즉, 규제와 시장 규모를 봤다.

특이 사항은 스위스라는 나라 하나의 시장을 본 것이 아니라, 스위스가 국제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나라인만큼, 스위스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들이 자국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봤다는 점이다.

해외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고교 교육까지는 미국보다 영국식 교육을 더 높게 쳐 준다. 국제 학교들의 학비는 영국식이 미국식보다 20~30% 이상 비싸다. 한국 밖으로 나가면 영국식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면 미국식 억양으로 구사할 때와 차원이 다른 대접을 받는 경우도 많다. 호텔 리셉션에서 예약하고 왔다는 말만 꺼내도 동양인이지만 부잣집 도련님이구나는 인식을 갖고 내 얼굴을 쳐다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 중·고교를 나왔다고 그러면 스위스 국적자가 아닌 이상, 좀 부잣집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집안 자식이라고들 인식한다. 영국식 학교보다 학비가 더 비싼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스위스가 국제 기구들이 밀집된 곳이고, 그런 집안의 자제들이 받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에서만 SIAI를 본 분들은 가짜 학교, 학원 등의 음해 공작들 밖에 못 봤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왕에 한국을 벗어나서 대학을 만드는거라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 가능하고,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곳에서 교육을 운영하고 싶었다.

좀 더 사업적인 용어로 바꾸면, B2C 사업을 위해서 나라의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느냐를 가늠해봤다고 보면 된다.

AI MBA 학위 가격을 US$26,000에 맞췄는데, 이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 석사 과정에 대한 가격을 벤치마킹했고, 스위스라서 이래저래 더 나가는 비용들은 세율이 낮으니까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수익이 나는 학생 숫자 최소값이 연간 40명인데, 설립 첫 해에 자기 수준 모르고 왔던 애들이 잠깐 있던 시절을 빼면 한번도 수익을 못 내기는 했지만, 나나 유럽 친구들이나 결국 수익은 글로벌 시장에서 낸다고 생각하고 지난 몇 년간 스위스의 규제와 시장 상황을 익히는데 최대한 초점을 맞추며 운영했다.

아마 같은 상황을 국내에서 겪었으면 수익이 안 나니까 진작에 사업을 접었을 것이다.

B2C 사업으로 한국에서 꽤나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나 역시도 연 매출액 10억원을 내기가 힘들었고, 질투꾼들과 음해 공작꾼들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학교 AI MBA의 첫 학기 연습 문제도 못 푸는 수준의 인력들에게 AI MBA는 돈 버리는, 혹은 돈을 빼먹으려는 악마 같은 학위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정작 AI MBA에 당신들이 슈퍼 천재라고 착각할 S대 컴공 학·석·박 출신 + 대기업 부장 출신이 와서 이상한 질문이나 하다가, 졸업 논문도 못 쓰고, 실력이 없어서 사실상 쫓겨난 상황인데, 그런 고급 교육을 하는데 정작 밖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다는 온갖 음해 댓글이나 봐야했다.

본의 아니게 이렇게까지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B2C 사업으로 수십 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안정적으로 낼려면 그런 질투꾼들의 음해 공격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여론 대응 팀도 만들어보고, 명예훼손 고소부터 여러 법적 비용을 써 보기도 했지만, 작은 스타트업 하나가 그런 치사하고 비열한 음해 공작을 모두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댓글부대(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B2C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들, 학원가, 연예인 들은 100명 단위의 커뮤니티 관리자(라고 쓰고 댓글부대)를 운영한다. 회사가 원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이상한 여론을 빠르게 차단하기 위한 팀이다. 나도 그 정도 운영을 했었어야 아마 이상한 이야기들이 나도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권에 교육 콘텐츠를 공개하고 나니 영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인 C모 대학의 수학 박사 과정 학생이 이 정도 교육이라면 꼭 다니고 싶다고 정중한 메일을 받기도 했는데, B2C 시장에서 댓글부대를 운영해야하는 교육 후진국 대한민국에서 받은 대접과 비교해보면 고급 콘텐츠 기반의 시장 침투 난이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선택을 받는 것만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유일한 생존 전략?

지난 2024년 가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핀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인 토스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IPO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니 바로 토스를 괴롭히는 기사가 하나 나오더라. 대표의 보유 지분이 너무 적다고 컬리가 상장 심사를 못 통과했는데, 토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기사였다.

결국 토스는 미국에서 상장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는데, 여전히 B2C에서 수익이 거의 안 나고, 광고 기반의 B2B 수익이 주력인 상황이라, 그마저도 한국 시장의 경기 침체 때문에 향후 수익성이 더 좋아질지 의문이라 미국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위에 폐업 사례로 들었던 어반베이스 만큼은 아니지만, 토스도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기업 가치 10조원을 넘어 직원들은 너도나도 20조원을 외치지면, 연 매출이 2023년까지도 연결 매출 1조원 남짓이었고, 지난 2024년에 해외 주식 투자 바람이 불어서 수익을 좀 냈던 것을 제외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미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반의 반토막이 난 상황인만큼, 토스 직원들이 1등 핀테크라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 가치 20조원을 부르짖는 핀테크의 연간 연결 매출이 1조원을 겨우 넘는다. 경쟁사(?)인 금융지주들의 자본금 규모와 매출액을 보면 알겠지만, 토스는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의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한 곳이 아니다.

기업 가치 20조원을 외칠 수 있는 토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스타트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매출액을 낼려면 온갖 음해 공격이나 해대는 B2C 시장 아니면 대기업들의 '선택'(Read '은혜')을 받아야 한다.

전세계 어디를 가나 대형 기업들이 자기와 체급이 비슷한 기업들에게 고액을 지불하고 외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몇 곱절로 힘들다.

왜? 내가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을 알아보는 인력이 아예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어중이 떠중이 수준에 불과한, "딥러닝이 왜 답을 못 찾는지는 구글도 몰라요" 이딴 소리나 하는 강사를 AI 전문가라고 모셔놓은 S모 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비롯해서, A/B Test 공식을 바탕으로 A와 B그룹 비율이 1:1이 아닌 상황이 한 쪽에 가중치를 주는 위험이 있다는 설명을 못 알아듣는데 정작 S대 DS학과를 나오고 K모 빅테크 기업의 DS팀 핵심 인력인 이야기, 혹은 비슷한 수준의 문제 인력들이 우리 나라 핵심 기업들의 인재라는 이야기를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이야기했다.

그런 회사들을 설득해서 고급 상품을 판다?

보통 미국, 유럽에서 스타트업이 자기 회사 상품을 출시 시점에 바로 사주는 '얼리 어답터'들에게 판매를 끝내고 난 다음에 속칭 '죽음의 계곡'에 들어가면, 상품의 품질을 끌어올려서 대기업들에 남품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 문이 열리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서 회사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인력 수준이 위에서 지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시장을 열려고 상품의 품질을 끌어올려봐야 별 소용이 없다. 품질이 좋아봐야 이해하고 쓸 수 있는 인력이 없을텐데? 상품의 품질이 의미가 없는 곳에서는, ①외국 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②외국에서 인증서를 받아오거나, ③한국에서 어떻게든 혈연·지연·학연 등의 각종 인맥을 동원해서 대기업에 판매 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실상 3번이 전부다)

그렇게 시장을 열고나면 대기업의 말단 직원에게까지 을이 되어서 굽신거리는 세일즈를 하고, 그 회사의 중간 관리자가 그만두면 자기네 회사에 영입해서 세일즈를 시키는 식으로 먹고 산다.

내가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들에서 가르치는 교재를 갖고 오고, 한국 애들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뜯어고치고, 그래서 높은 교육 수준에도 한국인들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이끌어가봐야 날 더러 가짜 학교, 대학 아니라 학원 이라는 식으로 온갖 음해나 한다. 중국 딥시크가 나오고 나서야 시장이 관심을 갖는 '계산 비용 절감'을 이미 2021년부터 가르쳤는데, 날 더러 '계산 비용 절감'이 아니라 내 학부 전공이었던 '경제학' 가르친다고 음해나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고급 상품을 이해시키고 팔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내가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의 자료를 업그레이드 했다고 설명해주는 것보다, 그냥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 교수들을 데려다 앉혀놓는 것이 더 빠른 설득이다. 근데, 그 정도 비용을 스타트업 레벨에서 감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 대학들에서 연구 안 한다고 무시 당하는 교수여도 상관없고, 무조건 '유명한' 사람이면 되는 수준인 인간들에게 세일즈를 스타트업이 한다? '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 대중(大衆)이란? | GIAI Korea 에서 언급한대로, 메이저리그(MLB)에 홍보하면 코인의 신뢰성이 올라가는게 그들의 사고 구조인데 이걸 상품 품질로 어떻게 극복하나?

스타트업이 한국을 떠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지난 몇 년간 저 시장을 설득하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겠구나는 생각, 그걸 소득 없어도 몇 년간 묵묵하게 계속 부어넣어야겠구나는 생각들을 하면서, 더 이상 이 시장에서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 나라는 품질을 끌어올려야 되는 게 아니라, MLB 홍보와 코인 판매를 묶는 것처럼 사기를 쳐야 세일즈가 된다 싶더라.

영국 C대학 수학 박사 과정 학생의 SIAI 입학 질문 메일을 받던 무렵, 한국에서 음해 공격이나 당하고 황당한 놀림이나 듣고 있을 바에는 내 실력을 알아주고 나와 같은 눈높이를 갖춘 분들과 어울리는 편이 백배는 더 낫겠다 싶었다. 사실 처음 SIAI 설립하던 2021년부터 당시 유럽 친구들 말대로 한국애들이 알아 듣건 말건 모조리 영어로 강의하고, 한국 애들을 주력이 아니라 곁다리로 갖고 갔어야 했는데, 너무 한국을 믿었다는 후회도 많이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다보면, 토스 이승건 대표나 쿠팡 김범석 대표처럼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투자금은 모조리 해외에서만 받은 케이스를 넘어서, 아예 처음부터 한국 시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을 굉장히 많이 본다. 그들은 나만큼 처절한 경험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얕은 사고력을 매우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한국 대학 출신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있고, 한국 대기업들과 협업하는 것에 경끼를 일으킨다. 들은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품질은 볼 줄도 모르고, 영어 못 하길래 한국 말로 답해주면 고마워하기는 커녕 가격이나 후려칠려고 하고, 설명 자료 보내줘도 읽지도 않고, 자기 회사 보고서를 날 더러 쓰라고 하고....

등이 있다.

첫 직장이었던 D모 외국계 증권사 다니던 시절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 한국에 귀국해서 지난 몇 년간 부딪히면서 더 뼈저리게 느꼈다고 해야할까?

스타트업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듣는 이야기들, ①규제가 심하고, ②투자 받기가 힘들고, 한국에서 ③인재 구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모두 맞지만, 위에 쓴대로, 사기를 쳐야 한국에서 매출액을 만들어 낼 수 있더라는 이야기, 한국을 탈출하는 가장 큰 이유가 품질로 승부해서는 생존 가능한 수준의 매출액을 만들어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더라는 이야기를 꼭 덧붙여보고 싶었다.

그간 경험을 엮어 보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해외에서 사업을 도전하고, 그게 성공하면 한국에 지점이나 출장소 정도를 차려서 약간의 매출액을 더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을 다뤄야 한다고 본다. SIAI는 그렇게 한국에 나 한 명만 출장 와 있는 조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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